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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예방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생긴 후 바뀐 가정의 금융관리법

 

치매 환자가 생긴 후 바뀐 가정의 금융 관리법

 

치매 진단 이후, 가정의 경제 질서가 흔들린다

 

치매는 단순히 건강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한 명의 가족이 치매를 진단받는 순간, 그 파장은 가정 전체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의 경제적 구조와 금융 관리 체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바뀌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누구도 금융 시스템을 의식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치매 진단 이후부터는 은행 업무, 카드 사용, 명의 정리, 간병비 지출 등에서 문제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그때서야 가족들은 금융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가정에서는 치매 환자가 평소 가계의 금융 관리를 맡아왔던 경우도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모든 통장을 관리하고 카드 사용 내역을 점검하던 상황에서 치매가 시작되면, 정보의 단절과 오류가 발생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치매 진단 전까지 자동이체로 유지되던 각종 공과금이나 보험료가 미납되면서 체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게 보인다.

 

이 글에서는 치매 환자 발생 이후 실제 가정에서 겪는 금융 구조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한 돈 관리 팁이 아닌, 가족 내 역할 재배치, 명의 정리, 법적 대처, 예산관리 변화 등 현실적인 금융 관리법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금융 업무의 주체가 바뀌는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3가지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생기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금융 업무의 주체’이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치매 진단을 받고 더 이상 금융기관의 상담이나 인터넷 뱅킹이 어려워졌을 경우, 가족 중 누군가가 대신 금융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이때 무작정 통장을 넘겨받고 카드부터 정지시키기보다는, 법적, 실무적으로 안전한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인다.

 

첫 번째는 위임장 및 가족관계증명서 정비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치매 환자의 명의로 된 계좌에 대해 가족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치매 진단서 외에도 법적 위임장과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 사본 등을 요구한고 있다. 이 서류를 미리 준비해 두면 향후 병원비, 요양비, 약값 등의 자금 이체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소득 및 지출 흐름의 가시화로 보인다. 기존에는 치매 환자 본인이 돈 관리를 맡았다면, 그 구조가 가족 구성원에게는 불투명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월 고정지출, 통장 수, 자동이체 내역, 보험 상품 가입 현황 등을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엑셀이나 모바일 가계부 앱을 통해 수입과 지출의 전체 흐름을 시각화하면, 이후 예산 조정이나 장기 요양 계획 수립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인다.

 

세 번째는 카드 및 온라인 서비스의 정리가 필요하다. 치매 환자가 사용하는 신용카드, 온라인 쇼핑몰 계정, 자동결제 서비스 등을 점검하여 불필요한 지출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반복 결제되는 OTT, 모바일 게임, 홈쇼핑 등은 환자가 인지 기능 저하 상태에서 실수로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이 명확히 리스트를 파악하고 필요한 서비스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간병비, 병원비, 요양시설비용… 현실적인 예산 관리 전략

 

 

치매가 본격화되면, 가정의 예산 구조는 급격히 달라진다. 간병비, 병원비, 약값, 보조기기, 요양시설 이용료 등 기존에는 없던 고정지출 항목이 생기고, 이로 인해 기존 지출 항목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많은 가족들이 처음에는 이 모든 비용을 ‘가족 희생’으로 감당하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전략적인 예산 재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첫째, 간병비와 병원비를 중심으로 월 지출의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달 50~100만 원이 추가 지출된다면, 기존의 보험, 적금, 교육비, 외식비 등의 항목을 우선순위에 따라 재배치해야 한다. 이때 가족회의를 통해 합의된 형태의 지출 구조로 조정하지 않으면, 형제간의 부담 비율이나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둘째, 정부 지원 제도 및 장기요양등급 활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으면, 일부 요양비와 간병비에 대해 지원이 가능할 수 있다. 치매안심센터나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관련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으며, 월 수십만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제도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셋째, 비상금 통장과 예비 지출항목 확보가 중요하다. 치매 환자는 예기치 못한 사고나 병원 방문이 잦기 때문에, 1~2개월치 예비자금을 확보해 두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통장은 환자 간병에만 쓰이는 전용 계좌로 관리하면, 지출의 투명성과 추적이 용이하다. 실제로 간병에 참여하는 가족 중 한 명을 ‘지출 담당’으로 지정해 매월 예산을 보고하는 체계를 만들면 불필요한 오해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명의 정리, 사전 대리권, 금융 범죄 예방까지 고려해야 한다

 

 

치매 환자의 인지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예상하지 못한 금융 사고나 사기가 발생할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특히 고령 치매 환자는 전화 사기, 보이스피싱, 계약서 속기 등으로 인해 소중한 자산을 잃는 사례가 실제로 많게 나타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족은 적절한 시점에 명의 정리와 대리권 확보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선, 중요 자산은 가족 명의로 일부 이전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 명의의 예금 계좌, 부동산, 보험 등은 환자가 사기를 당하기 전, 가족 공동명의 또는 보호자 명의로 일부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이때 증여세나 세무 이슈를 동반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사전의료의향서와 대리권 위임장을 정리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치매가 진행되기 전에 환자가 동의할 수 있을 때, 금융 업무 및 의료 결정에 대한 대리인을 지정해 두면 향후 법적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위임장이 아닌, 공증 또는 공공기관을 통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치매 환자가 자주 전화를 받거나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금융사에 ‘사전 경고 등록’을 요청할 수 있다. 일부 은행과 보험사에서는 고위험군 고객에게 사전 경고 플래그를 걸어, 일정 금액 이상 출금 시 보호자에게 알림이 가도록 설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치매 환자의 자산 보호는 물론, 가족의 감정적 불안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돈보다 중요한 건, 가족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체계 만들기

 

 

치매 환자 한 명의 등장으로 인해 가정의 금융 구조가 바뀌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 변화가 갈등과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족 간의 신뢰와 협업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간병에 참여하지 않는 가족도 예산과 비용의 흐름을 투명하게 공유받을 수 있어야 하며, 결정 과정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치매 가족 통합 회계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간단한 가계부 앱을 통해 매월 지출 내역을 기록하고, 가족 단톡방에 캡처 이미지를 공유하거나 분기별로 회의를 갖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누구는 돈만 내고, 누구는 시간만 쓰는 불균형을 막을 수 있고, 각자의 역할을 객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