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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예방

치매 환자의 ‘반복 행동’, 두려움 해소가 먼저다

반복 행동, 그 이면엔 공포와 불안이 숨어 있다

치매 환자가 자주 보이는 특징 중 하나는 동일한 질문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 식사를 마친 환자가 “밥은 언제 먹어?”라고 반복해서 묻거나, 같은 방을 하루에도 수십 번 들락거리는 행동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반복 행동은 가족과 보호자에게 피로감을 안기고 때로는 짜증이나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반복 행동의 본질은 고집이나 말썽이 아니다. 그것은 환자 내면의 두려움과 불안이 겉으로 표현된 일종의 ‘도움 요청 신호’로 보인다.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서 환자는 시간, 공간, 상황을 인식하는 능력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이곳이 우리 집이 맞는가?”라는 생각에 머물지 못하고, 계속해서 확인하고자 같은 방을 들락거리게 되는 것이다. 뇌가 정보를 저장하고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방금 들은 말도 금방 사라지고, 다시 묻지 않으면 불안이 커지게 된다. 

 

이처럼 반복 행동은 ‘잊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깊게 들여다보면 ‘안심받고 싶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반복 행동을 억지로 막으려 하거나 무시하는 대응은 환자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행동은 더 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치매 환자의 반복 행동을 ‘문제’로 규정하지 않고, ‘감정 표현’으로 해석하는 관점의 전환을 제안한고 있다. 반복 행동은 치매 진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뇌의 신호이며, 이를 적절히 대응하면 오히려 환자의 불안을 줄이고 관계의 긴장도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치매 환자 의 반복 행동 두려움 해소

 

반복 행동을 멈추게 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자세’가 먼저다

 

 

가족은 반복 행동이 나타날 때마다 “아까 얘기했잖아요”, “그만 좀 해요”라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그 말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그 반응이 “내가 뭔가 잘못했구나”라는 부정적 감정을 강화시키고, 결국 더 많은 확인과 반복을 하게 만든다. 반복 행동은 잘못이 아니라 뇌의 손상에서 비롯된 ‘인지적 불안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반응의 핵심은 제지보다 공감, 정답보다 안정감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환자가 “언제 나 집에 가?”라고 반복적으로 묻는다면, “여기 집이에요, 엄마”라고 단순한 사실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엄마가 불안하신 거예요? 뭔가 낯설게 느껴지세요?”라고 정서적 연결을 시도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보인다.

감정의 뿌리를 다독이기 시작하면 질문은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언어적 표현뿐 아니라 신체 접촉이나 시선 마주침, 익숙한 물건 보여주기 등을 통해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족은 반복 행동이 자주 일어나는 시간대나 상황을 기록해 보는 것도 유익하다고 보인다. 특정 환경이나 자극(예: 낮잠 직후, 방문자의 방문, 식사 시간 전후 등)에 따라 반복 행동이 빈번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가족은 반복 행동의 패턴을 이해하고, 예측 가능한 불안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응보다 환경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반복 행동은 ‘상황의 낯섦’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환자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때 환경 자체를 안정감 있게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반복 행동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시계와 달력, 가족사진, 명확한 조명이 있는 구조는 공간 인식을 도울 수 있다는 결론이다.

 

또한 반복 행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정감을 얻기 위한 루틴의 일환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손을 반복적으로 씻는 경우, 이는 청결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이때는 “손 그만 씻으세요”라는 반응보다, “이제 손이 참 깨끗해지셨네요, 따뜻한 차 한 잔 하실래요?”라고 행동의 초점을 전환시키는 방식이 효과적으로 보인다.

 

반복 행동을 보이는 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이다. 이 감각은 그 어떤 약물이나 치료보다도 행동을 안정화시키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치매 간병에서는 환경이 곧 치료다. 낯선 것을 줄이고, 익숙한 것을 늘리는 공간 배치와 생활 패턴은 환자의 반복 행동을 줄이고 스스로의 일상 안정을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반복 행동은 치매의 언어, 그 말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치매 환자의 반복 행동은 그 자체로 ‘말’이다. 그들은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때로는 고립감을 느끼며 반복적인 질문이나 행위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 그 표현은 단순히 기억의 소실 때문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 관계의 단절, 감정의 억제로 인한 심리적 반응으로 보인다.

우리가 그 행동을 제대로 해석하면, 그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신호, 위로를 바라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간병 중인 가족이나 보호자는 매일 반복되는 질문에 지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이 지금 왜 이 말을 반복하고 있을까?”라고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해 보면, 반응은 훨씬 따뜻하고 깊어질 수 있다. 그 대화 속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안심시키는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다. “괜찮아요, 여기 함께 있어요.” 이 한 문장은 반복 행동의 긴장을 풀고, 감정의 고리를 다시 이어주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