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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예방

치매와 독서: 특정 책 장르가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

 

치매와 독서가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

 

 

누구에게나 독서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치매 예방과 관련된 활동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또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모든 책이 동일한 뇌 자극 효과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독서의 방식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책을 읽느냐에 따라 뇌의 활성 부위와 기억력 유지 효과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서를 할 때 취향에 따라 책을 고르게 된다. 누군가는 소설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자기 계발서를 선호하며, 또 어떤 이는 전기나 역사서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뇌에 주는 자극과 신경망 형성 방식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장르에 따라 단기 기억력 자극, 언어 처리 능력, 시각적 이미지 회상, 감정 이입 메커니즘이 서로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독서를 활용하려면 장르에 따른 뇌 자극 효과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치매 예방 관점에서 책의 장르별로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어떤 책이 어떤 방식으로 뇌를 활성화시키는지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서사형 소설: 감정 기억 자극과 회상 능력 강화를 유도하다

 

서사형 소설, 즉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뚜렷하게 구성된 이야기는 뇌의 감정 처리 영역과 시각 상상 기능을 강하게 자극이 되는 것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고, 장면을 상상하는 과정은 전두엽, 측두엽, 해마를 동시에 활성화시킬 수 있다.

특히 기억력과 관련된 해마는 ‘감정과 결합된 사건’을 더 오래 저장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서사형 소설을 읽는 것은 단순한 정보 입력을 넘어서, 감정 회상 기억을 저장하는 신경 회로를 훈련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인물 간의 갈등, 감정의 변화, 장면 전환 등은 독자가 그 내용을 이해하고 머릿속에 그려야 하기 때문에 작업 기억과 장기 기억을 동시에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소설 속에서 시간 흐름이 전개되는 방식은 치매 환자가 취약해지는 ‘시간 인지 능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과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퇴화되기 쉬운 치매 초기에는 이런 ‘줄거리 중심의 읽기 훈련’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추리·스릴러 장르: 논리적 사고와 기억 회상의 반복 자극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장르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장르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가장 많은 인지 기능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독서 형태 중 하나로 나타난다.
이런 장르는 범인의 동기, 단서의 연결, 사건의 전개를 예측하는 데 고도의 논리 추론 능력과 단기 기억력 활용이 요구가 되는 것이다.

독자가 이전에 나온 정보와 단서를 기억하며 새로운 정보를 연결하는 과정은 작업 기억(working memory)과 기억 회상 능력(recall ability)을 동시에 자극되는 것이다.
이때 뇌는 전두엽(추론 및 문제 해결), 해마(단기기억 저장), 측두엽(언어 처리) 등의 영역을 병렬로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단서를 정리하고 재구성하는 행동은 뇌 속 시냅스 간 연결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과정은 치매로 인해 약화되는 ‘정보 구조화 능력’을 유지하고 향상하는 데 효과적인 적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미국 MIT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60대 이상 독자 중 추리소설을 6개월 이상 정기적으로 읽은 그룹이 언어 유창성,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향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된다.

 

자서전·에세이 장르: 자기 투영을 통한 자전적 기억 활성화

 

자서전, 회고록, 에세이 같은 비허구적 서사는 독자 스스로의 과거와 감정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기 참조적 사고(self-referential thinking)가 유도되며, 이는 뇌의 전두내측피질과 해마의 상호작용을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자극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 초기 증상 중 하나는 과거 기억의 왜곡 또는 소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전적 정보(예: 나의 학창 시절, 첫 직장 경험 등)가 흐릿해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자서전 독서는 ‘남의 이야기를 내 과거에 연결’하는 작용을 통해 자기 기억 회로를 간접 자극하는 효과를 유도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인물의 성장 스토리를 읽으며 독자는 “나도 이런 일이 있었지” 혹은 “내가 겪은 경험과 비슷하네”라는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자기 유사성 기반 회상은 뇌 속에서 자기 정체성 유지 및 자서적 기억의 재활성화를 도움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자서전과 에세이는 단순한 읽기 이상의 치유적 기능을 하며, 치매 환자나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의 노년층에게 매우 유익한 장르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다.

 

철학·심리학 장르: 추상적 사고 훈련과 인지 유연성 회복

 

철학서나 심리학 개론서와 같은 추상적 개념을 다루는 책들은 읽는 데 집중력과 높은 수준의 개념 이해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장르의 책은 전두엽의 고차원 사고 영역과 언어 처리 능력을 동시에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철학적 개념(예: 존재, 자유, 인식 등)을 해석하고, 스스로의 관점에서 받아들이는 과정은 추상적 사고력과 인지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을 훈련시킨다고 한다.
이것은 치매 진행 과정에서 가장 먼저 손상되는 기능 중 하나이며, 논리적 전환, 개념 간 연결성 이해 등의 능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내용이다.

또한 이런 장르의 독서는 읽고 곱씹고 이해하는 지연형 독서가 많기 때문에 뇌가 즉각적 보상 대신 깊이 있는 사고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뇌의 시냅스 구조 강화와 정보 간 결합력을 높이며,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연결하는 데 효과적인 기반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책들은 난도가 높고 집중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치매 예방용으로 사용할 경우 적절한 난이도의 철학 에세이나 요약본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마무리 내용으로 정리하자면  책의 종류에 따라 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독서는 분명 뇌 건강에 이로운 활동이지만, 그 안에서도 무엇을 읽느냐에 따라 자극되는 뇌의 영역이 달라진다고 한다.
소설은 감정 공감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추리소설은 논리 회상과 구조화를 훈련시키며, 자서전은 자전적 기억을 되살리고, 철학서는 인지 유연성과 고차 사고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독서의 장르별 자극 패턴을 이해하고 자신의 인지 상태나 기억 능력에 맞는 장르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독서 습관을 넘어서 뇌 건강을 위한 전략적 훈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치매는 일시적인 병이 아닌 장기적 뇌 구조 변화의 결과이므로, 오늘 읽는 책 한 권이 미래의 뇌 회로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