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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예방

피부 반응 속도는 초기 치매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을까?

노화로 인한 인지 저하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이지만, 치매는 이와는 차별화된 병리적 변화라고 한다. 문제는 치매가 조기 단계에서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으며, 병원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중증으로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치매의 조기 진단 지표를 찾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연구 중 하나는, ‘피부 반응 속도’(skin conductance response, SCR)를 이용한 뇌 인지 기능 분석일 수 있다.

피부 반응 속도는 신체가 스트레스나 자극을 받을 때 땀샘을 통해 변화하는 전기전도도의 민감도 변화로 보인다. 감정 자극, 기억 회상, 문제 해결 등의 상황에서 SCR의 패턴을 분석하면 피험자의 인지 반응 속도와 정서 반응성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기 치매 환자에게도 이 지표가 의미 있는 분석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피부 반응 속도는 초기 치매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

 

피부 반응 속도(SCR)의 생리학적 원리와 인지 기능의 연결

 

 

피부 반응 속도는 뇌의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될 때 변화하는 전기전도 반응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는 주로 손바닥, 발바닥, 이 마 등의 땀샘이 풍부한 부위에서 측정되는 것이다.

신체가 감정적 자극을 받으면 교감신경계가 자극되어 미세한 땀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피부의 전기 전도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반응은 특정한 자극(예: 이미지, 단어, 질문 등)에 대해 얼마나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가진 사람은 자극에 대해 빠른 SCR 반응을 보이며, 반응의 강도와 패턴은 자극의 유형과 강도에 따라 일정한 규칙을 따르게 된다고 한다.

 

반면, 초기 치매 환자들은 기억 회상, 감정 인식, 언어 처리 등의 특정 자극에 대해 반응 속도가 늦어지거나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관찰되는 것이다. 이는 뇌의 특정 영역(특히 편도체, 전두엽, 해마)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즉, SCR을 통해 뇌의 특정 인지 기능의 저하 여부를 비침습적이고 정량적인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점은 치매의 조기 진단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SCR 패턴을 통한 초기 치매 환자의 감정 인식 저하 분석

 

 

최근 해외 연구에서는 초기 치매 환자에게 감정 자극 이미지(행복, 슬픔, 분노 등)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SCR 반응을 측정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정상 군은 다양한 감정 이미지에 대해 뚜렷한 반응 곡선을 보였지만, 초기 치매군은 전반적으로 반응 속도가 느리거나, 특정 감정(예: 분노, 공포)에 대한 SCR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치매가 단순히 기억력의 저하뿐 아니라 감정 인식 능력의 저하까지 동반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서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SCR 데이터는 일반적인 설문조사나 인터뷰 방식보다 훨씬 객관적이며 정량적이다.

 

또한, 기존 인지 기능 테스트에서는 피험자가 인식한 내용을 스스로 말하거나 행동으로 표현해야 하지만, SCR은 무의식적인 생리 반응을 측정하기 때문에 조작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초기 치매 환자의 진단에서 더욱 신뢰도 높은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치매 진단에 적용 가능한 SCR 측정 기술의 실제 사례

 

 

현재 SCR을 측정하는 장비는 소형화되고 있으며, 일부는 웨어러블 형태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손목형 기기를 착용하고 특정 질문을 듣거나 단어 카드를 제시받았을 때 반응 시간과 전도도 패턴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술은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까지는 주로 PTSD나 불안장애, ADHD 진단 등에 사용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치매 조기 진단용 알고리즘 개발 연구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의료계에서 SCR을 치매 진단 보조 지표로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만, 일본과 유럽 일부 치매 전문 병원에서는 비임상적 연구로 활용되기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인지기능 저하를 예측할 수 있는 생체지표를 찾기 위한 연구자들은 SCR을 포함한 다양한 생리신호를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피부 반응 속도는 치매 환자의 '뇌의 정서 반응성'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피부 반응 속도의 활용 가능성과 앞으로의 과제

 

 

피부 반응 속도는 비침습적이며 반복 측정이 가능하고, 비용도 MRI나 PET 촬영 등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치매 조기 진단의 스크리닝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제 진단 프로토콜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첫째, 개인의 스트레스 반응이나 기질, 환경 요소에 따라 SCR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도 개개인의 반응 민감도 차이가 존재하므로, 치매 환자에게 특화된 자극 조건과 측정 기준이 정립되어한다는 것이다.

 

둘째, SCR만으로 치매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는 전두엽 손상, 우울증, 공황장애 등 다양한 신경정신과적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CR 데이터는 단독이 아닌, 기억력 테스트, 언어 능력 검사, 뇌파, fMRI 등과 병행 분석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셋째, 국내에는 아직 피부 반응 속도를 치매 진단에 접목시킨 임상 실험이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공학계 간의 협업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피부 반응 속도는 치매의 조기 진단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흥미로운 생체 신호이며, 향후 기술 발전과 임상 연구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간편하게 활용 가능한 치매 조기 진단 도구로 진화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