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치매
젊은 나이에 아무도 모르게 찾아오는 치매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치매는 일반적으로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4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도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기 발병 치매(Early-onset Dementia)는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일컫는 용어다. 특히 30대, 40대에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희귀하면서도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 연령대에는 인지 기능 저하를 전혀 예상하지 않기 때문에 치매로 오인하지 않고, 우울증, 스트레스, 심지어는 단순한 건망증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젊은 치매는 사회적 오해와 함께 개인에게 심각한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안긴다. 문제는 단순히 발병 시점이 빠른 것이 아니라, 젊은 치매는 그 증상 양상, 진행 속도,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등이 노인성 치매와 명백히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전문가의 접근 방식 모두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젊은 치매와 노인성 치매는 무엇이 다를까?
젊은 치매와 노인성 치매는 단순히 발병 나이만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뇌의 손상 부위와 증상의 시작 방식이다. 노인성 치매는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많으며, 기억력 저하가 가장 두드러지는 초기 증상이다. 반면, 젊은 치매는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감정 조절의 어려움, 성격 변화, 충동 조절 장애 등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사회생활을 활발히 유지하던 중년층에게 특히 큰 혼란을 준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리더로서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40대 회사원이 사소한 상황에서 분노를 표출하거나, 직장 회의 중에 부적절한 발언을 한다면, 대부분은 직무 스트레스로 생각하지 병적인 인지 문제로 연결 짓지 않는다.
이처럼 전두엽 중심의 변화는 사회적 기능을 급격히 악화시키며, 이직 또는 해고, 가정 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치매는 진행 속도가 빠른 경우가 많아 조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젊은 치매의 진단은 왜 이렇게 늦어지는가?
젊은 치매는 진단 자체가 매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존의 치매 진단 시스템은 노인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젊은 연령층은 치매 검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 조기 발병 치매는 증상이 다양하고 비전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신과, 신경과, 내과 등을 오가며 진단까지 평균 2~3년이 걸리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젊은 연령대에서는 우울증, ADHD, 불안장애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아 약물치료가 오히려 치매 증상을 악화시키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한 보험 처리, 사회적 낙인, 가족 내 갈등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히면서 환자 스스로도 검사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조기 진단이 이루어졌다면 약물 치료, 생활 습관 개선, 재활치료 등으로 삶의 질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기 발병 치매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확대와, 의료계의 진단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
젊은 치매를 부르는 생활방식, 우리는 안전한가?
최근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젊은 치매의 증가와 현대인의 생활 습관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특히 수면 부족, 고도 스트레스, 고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장기간 디지털 기기 사용은 뇌의 전두엽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한 과도한 정보 소비는 뇌의 집중력과 판단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두엽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30대부터 시작되는 고지혈증,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 역시 뇌 혈류 감소를 유발하며 조기 치매의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 출산 이후 인지기능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를 단순한 산후우울증으로만 여길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젊은 층일수록 오히려 인지 건강을 위한 생활 관리와 주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기억력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기복, 판단력 저하, 충동성 변화 등의 증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조기 치매는 예방이 가능하며, 조기 진단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젊은 치매를 가장 빠르게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성격 변화, 감정 반응의 급격한 변화 관찰하기
젊은 치매의 가장 빠른 초기 증상은 성격 변화와 감정 조절 능력 저하가 가장 빠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평소에 침착하고 배려 깊던 사람이 갑자기 공격적이거나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전두엽 기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이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전두측두엽 치매(FTD)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가족이나 가까운 동료가 더 잘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일기나 감정 기록 앱을 통해 평소 성격, 반응, 감정 변화를 스스로 기록해 두면 초기에 이상 징후를 포착하기 위해 쉬워진다.
두 번째 추상적 사고 능력 저하 여부 확인해야 한다.
젊은 치매에서는 기억력보다 먼저 문제 해결 능력과 추상적 사고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평소 잘하던 기획 업무나 수치 분석, 일정 조율 등에서 이상할 정도로 판단력이 흔들리거나 계획 능력이 떨어질 경우, 이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일 수 있다.
특히 복잡한 과제를 동시에 처리하지 못한다. 일이 반복적으로 꼬인다. 이유 없는 실수가 자주 발생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퍼즐, 논리 게임, 순발력 테스트 등을 주기적으로 하면서 변화 추이를 확인하면 조기 이상을 파악할 수 있다.
세 번째 간단한 디지털 인지검사 도구(CogniFit, MCI-Screen 등) 주기적 활용하면 된다.
요즘은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디지털 인지검사 도구들이 있기 때문에 특히 CogniFit, Brain Check, MCI-Screen 같은 도구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실행 가능하고, 단기기억, 주의집중, 반응속도, 문제해결 능력 등 다양한 뇌 기능을 측정할 수 있다.
디지털인지 검사 도구는 무료 버전도 충분히 유용하기 때문에 매달 한 번씩 결과를 비교하면 인지 저하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진단은 아니고 조기 경고 신호를 감지하는 데 의미가 있다.
네 번째 우울증이 아닌데 지속적인 무감정 상태가 나타날 경우 의심해 볼 수가 있다.
젊은 치매는 때때로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조심해야 할 건 우울한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감정 상태이다.
예전에는 좋아하던 것에도 흥미를 잃고 기쁨도 분노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면 전두엽의 감정 기능이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감정의 평탄화는 젊은 치매에서 특히 이른 시기에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이다.
자신이 좋아하던 활동에 대한 흥미 유무를 체크하는 감정 평가표를 만들어두면 변화를 빨리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번째 가족력도 있고 40대 이하인지 문제가 발생한다며 유전자 검사 고려해 보아야 한다.
조기 발병 치매는 가족력을 동반한 유전적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다.
만약 가족 중에 60세 이전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30대, 40대일 때 유전자 검사를 통해 APOE 유전자, PS EN1/2 돌연변이, MAPT 유전자 등을 분석해 볼 수 있다.
이 내용은 의료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지만, 가족력이 강한 경우에는 아주 효과적인 조기 발견 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유전자 검사는 단순히 발병 유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고위험군 여부를 판단해 예방 및 모니터링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