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의 영양 결핍이 노년기 치매 발병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
뇌 발달의 두 번째 결정기, 청소년기의 중요성
청소년기는 단순히 사춘기나 성장의 연장이 아닌, 뇌 구조와 기능이 최종적으로 정비되는 인생의 두 번째 결정기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뇌는 유아기 이후에도 전두엽과 해마를 중심으로 시냅스 가지치기(pruning)와 재배열 과정을 거쳐 발달한다.
이 과정에서 영양 상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면 신경세포 간 연결이 약화되며, 이는 감정 조절과 인지 통합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이러한 불균형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수십 년 후 신경회복력이 떨어진 노년기에 치매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대부분 노년기의 뇌 건강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이 글에서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기인 청소년기의 뇌 영양환경이 치매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 내용은 노년기의 치매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예방의 출발점을 제시하고 있다.
미세영양소 결핍이 신경회로 형성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뇌는 청소년기 동안에도 활발하게 발달하며,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열량이 아니라 정교한 미세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DHA는 세포막 안정성에, 비타민 B12와 엽산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과 DNA 복제에 관여하는데, 이러한 영양소가 결핍되면 뇌세포는 정상적인 회로 형성에 실패하게 되며, 이는 인지능력 저하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조절력의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전두엽과 해마의 연결이 불안정할 경우 학습력은 물론, 정서적 복원력도 취약해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적되어, 노년기에는 뇌세포의 손상 복구 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청소년기의 미세영양소 결핍은 뇌 회로의 ‘기초 설계’ 자체를 왜곡시키는 요인이며, 이로 인해 뇌는 외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인지 기능 손실에 취약한 방향으로 고정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치매의 초기 징후와 매우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영양결핍이 대사와 염증 시스템을 통한 간접 경로
영양 결핍은 단순히 뇌세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체내 대사 시스템과 면역계에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노년기 치매 발병률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기전이 되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기와 같이 인체 내 호르몬과 면역체계가 재조정되는 시기에는, 미세한 영양 불균형조차도 대사 체계 전체에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기에 충분한 철분, 마그네슘, 아연, 비타민 D 등의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직 내 산소 공급 능력, 에너지 대사 속도, 인슐린 민감도, 면역 반응 등에 차질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인체는 점차 만성 저등급 염증 상태로 전환되며, 뇌 역시 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특히 인슐린 저항성은 대사성과 신경퇴행성 질환의 연결고리로 주목받고 있는데, 청소년기의 고탄수화물 식사, 고당류 음료 섭취, 단백질 부족 등은 장기적으로 인슐린 수용체의 민감도를 떨어뜨리며, 이는 혈중 인슐린 농도를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대사 상태는 단순히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뇌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뇌 내 인슐린 저항성' 상태를 초래하게 된다.
이 상태는 알츠하이머병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학계에서는 이를 “제3형 당뇨병(Type 3 Diabetes)”로도 분류하고 있다. 즉, 청소년기의 잘못된 식습관과 영양 결핍은 뇌의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며, 수십 년이 지난 후 인지기능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양 결핍은 전신 염증 수치를 상승시키고, 이를 통해 뇌 염증 반응까지 유도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하는 시기인데, 영양이 결핍되면 이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 능력이 저하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항염증 인자의 생산도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장기적으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 역시 영양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영양 결핍은 유익균의 다양성을 낮추고, 염증성 세균의 비율을 높이며, 이는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신경전달물질의 균형과 염증 상태를 조절하는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된다.
예를 들어, 트립토판은 장에서 대사 되어 세로토닌으로 전환되는데, 영양 불균형과 장내 유해균 증가는 트립토판의 대사를 억제하고, 이는 뇌 내 기분 조절 및 인지기능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영양 결핍은 대사-면역-뇌 기능을 연결하는 다층적인 시스템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간접적 경로를 형성하며, 이 경로는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되어 결국 치매라는 질병으로 드러날 수 있게 된다.
후성유전적 변화와 평생 지속되는 치매 위험인자
가장 최근 연구들은 청소년기의 영양 결핍이 단순히 일시적인 기능 저하에 그치지 않고, 유전자 수준에서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후성유전학은 환경 요인, 특히 영양소 섭취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엽산이나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DNA 메틸화 이상이 발생하고, 이는 신경세포의 사멸이나 재생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오메가-3 지방산이 부족할 경우,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의 발현이 억제되어 뇌세포 재생이 제한된다고 한다.
이러한 후성유전적 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장기적 영향을 남기며, 청소년기의 작은 결핍이 평생 지속되는 치매 위험 인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치매는 단순히 노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 성장기부터의 생물학적 결정이 축적된 결과다. 이를 고려할 때, 청소년기의 영양 관리야말로 치매 예방의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