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치매예방

치매를 앓는 부모가 계속 ‘집에 가자’고 말하는 진짜 이유

 

익숙한 집에서조차 ‘집에 가자’는 말, 그 이면의 신호

 

치매를 앓는 부모가 하루에도 수차례 “나 집에 갈래”, “여기 내 집 아니야”, “우리 집에 좀 데려다줘”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모습을 본 보호자들은 큰 혼란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현재 거주하는 곳이 수십 년간 살아온 본인의 실제 집인데도 말이다. 이 상황은 단순히 ‘기억을 못 해서 생긴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너무 반복적이고 절박하게 느껴진다.

 

어떤 날은 밤새 “집에 데려다 달라”라고 울면서 떼쓰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된다. 많은 간병인들이 이 상황에서 “집에 있잖아요, 여기 우리 집이야”라고 설득하려 하지만, 환자는 되려 더 격앙되거나 혼란스러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치매 환자가 말하는 ‘집’은 단순한 장소 개념을 넘어선 ‘심리적 안전지대’ 일 수 있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복합적인 의미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집에 가자’는 말을 반복하는 치매 환자의 심리적, 신경학적 배경을 탐구하고, 단순한 기억 착오 이상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환자의 불안정한 심리를 어떻게 안정시키고, 보호자가 어떤 대처법을 취해야 하는지까지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를 해주고 있다.

 

치매 환자가 ‘집’이라 부르는 장소, 실제 집이 아닐 수 있다

 

 

치매 환자가 말하는 ‘집’은 우리가 생각하는 물리적인 주소나 현재 거주지와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이는 기억의 시공간 왜곡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최근의 기억부터 먼저 소실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진다. 이런 경우 환자의 인식은 현재 시점이 아닌 수십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상태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지금 80세의 환자가 “집에 가자”라고 할 때, 그가 떠올리고 있는 ‘집’은 실제로는 20대나 30대 시절에 살던 고향집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때 환자는 현재의 거실과 침실이 낯설게 느껴지고, 주변 가족들조차 ‘누군가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는 해마의 위축으로 인해 장기기억은 남아 있지만 단기기억이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특히 해질 무렵에 증상이 심해지는 ‘해 질 녘 증후군(Sundowning Syndrome)’이 나타날 경우, 환경이 어두워지면 더욱 혼란이 가중되어 “집에 가자”는 말이 반복되는 것이다. 간병인이 이 말을 단순히 “치매라서 기억을 못 하는 것”이라고 넘길 경우, 환자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행동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집에 가자’는 말은 안전 욕구와 심리적 갈등의 표현이다

 

 

치매 환자가 반복해서 말하는 “집에 가자”는 표현은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고 싶은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치매 중기 이후부터는 언어 표현 능력이 감정이나 불안 상태에 밀려 왜곡되기 시작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환자는 지금의 상황이 불안하고 불편하지만 그 감정을 말로 풀어내지 못하고 “집에 가자”는 문장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이 말속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의미가 숨겨져 있을 수 있을 것이다.

  • “이곳이 낯설고 불편하다.”
  • “지금의 상황이 무섭다.”
  • “내가 익숙하다고 느끼는 장소로 돌아가고 싶다.”
  • “나를 이해해 줄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집’은 인간에게 보호받는 장소, 정체성을 유지하는 공간, 삶의 안정과 통제력을 느끼는 중심지로 기능한다. 치매 환자가 외부 자극에 예민해지고 혼란을 느낄수록 뇌는 무의식적으로 안전한 기억 속 공간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때 떠오르는 것이 바로 ‘옛날 고향집’, ‘어머니가 계시던 집’, ‘어릴 때의 방’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환자가 말하는 ‘집’은 장소라기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갈망하는 무의식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간병인이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설득하거나 논리로 설명하려 들면, 오히려 환자는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고 더 큰 불안이나 분노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간병인이 실천할 수 있는 대처법: 설명보다 ‘공감’과 ‘안정감’이 먼저다

 

 

“여기가 집이에요”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치매 환자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감정을 먼저 수용하는 접근 방식이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환자가 “나 집에 갈래”라고 했을 때, “그렇구나, 집에 가고 싶구나. 어떤 집이 생각나세요?”라고 물으면, 환자는 자신의 기억 속 이미지를 말로 풀어내면서 점차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환자가 떠올리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들어주고, 그 집에 함께 갔다고 상상하며 대화에 참여해 주는 것도 효과적으로 보인다.


또한 환경적인 요소 역시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해질 무렵 조명이 어두워지면 불안감이 증폭되므로, 실내 조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가족사진이나 익숙한 소품을 주변에 배치하면, 환자가 현재 위치를 ‘익숙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간병인의 태도로 결정된다. “또 그 얘기야?”, “여기 집이라니까요!” 같은 반응은 환자의 마음을 닫게 만들며 행동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대신 차분한 말투, 부드러운 표정, 반복적인 공감 표현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 된다.


마지막으로, 반복되는 “집에 가자”는 말이 점점 더 자주 나오고, 불안과 불면증까지 동반된다면 전문가의 상담이나 약물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증상은 치매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단계일 수 있으나, 지속적인 감정 불안이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을 해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것이다.